1편에서 이어집니다.
♪ 스피킹을 위한 문법, 인지 문법
영화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학창 시절에 문법을 공부했던 방법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피킹에 적합한 문법을 찾기 시작했죠.
그때 우연히 이런 얘기를 듣게 되었어요. 문법에는 전통 문법과 인지 문법이 있다고요.
전통 문법 학자들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맞는지 틀린지를 중시하는 학파입니다.
문법을 총정리해놓고 너네 이렇게 써, 아니면 틀린 거야라는 입장을 취하는 학문이죠.
전통 문법은 시험을 내기에 굉장히 좋습니다. 맞고틀리고 가 정해져 있으니까요.
반면 인지 문법은 원어민들의 머릿속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규칙 체계(Mental Grammar)라고 합니다.
인지문법에서는 맞고 틀리고 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뉘앙스를 표현하고 싶을 때
원어민들이 어떤 문법 패턴을 쓰는지, 뉘앙스와 감을 중시하는 문법입니다.
전통 문법보다는 훨씬 더 직관적이고 공감되고 재밌죠.^^
한국어로 예를 들어볼게요. "먹었어"라는 단어가 있을 때 두 문법학자는 다른 입장을 취합니다.
| 전통 문법학자 : 어근 '먹-'에 선어말어미 '-었'을 붙여서 시제로 따지면 과거형 동사이군.
| 인지 문법학자 : 원어민들은 과거의 일을 말하고 싶을 때 '-었-'을 쓰는구나. 그런데 -었-을 붙일수록 더 예전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네? '먹었어' 보다 '먹었었어'가 더 예전 일을 말하는 뉘앙스야.
어떤 관점이 공부하기에 더 쉽고 재미있을까요?
저는 그때부터 한국에서 나오는 전통 문법 스타일의 책이 아닌, 해외에서 나오는 문법책 중
지금은 많이 대중화된 Grammar in Use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원어민들도 학창 시절 문법을 배울 때 모두 인지 문법적으로 배운다는 거예요.
국제학교 어학원에서 미국 교과서로 가르치며 알게 되었죠. 동료 원어민 강사들에게
전통 문법 식으로 질문을 했을 때 알아듣는분이 아무도 없었어요.
이거 계속적 용법이에요? 완료적 용법이에요? 이거 분사구문이에요? 이런 내용 말이죠.
인지 문법 책으로 공부를 할 때마다 문법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었죠.
그때 공부하고 정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문법공부 목적보다는 좀 더 스피킹에
효과적 이도록 바꾼 게 제가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스피킹을 위한 문법입니다.
그렇게 모든 부분을 공부하고 보니 어느 순간 어떤 영어문장을 갖다 놔도 독해나
번역이 아닌 뉘앙스를 정확히 알겠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한국어 읽듯이 내 심장까지 와 닿는 생생한 느낌! 그때부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문장 하나를 외워도
정말 쉽게 이해되고 잘 외워졌습니다. 6~7개월 동안 그렇게 뉘앙스와 느낌을 파악해가며
영화 mp3에 담아 시간 날 때마다 소리를 들으며 따라 했는데 어느 순간 입이 저절로 트였었습니다.
재밌는 일은 제가 친구 대타로 우연히 작은 보습학원의 영어강사가 되었다는 거예요.
많이 부족했는데도 그일은 운명처럼 저에게 다가왔었습니다.
대학생 신분을 숨기고 정직원으로 일하기로 한 저는 학교 수업을 모두 오전으로 짜고
오후엔 학원으로 달려가 강의를 했었습니다. 원장님께 그 전에 무슨 교재로 수업했냐고 여쭤보니
<성문 기초 영문법>을 내미시더라고요.
저는 교실에 스크린을 설치해달라하고는 애니메이션 슈렉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문법이 아닌 뉘앙스 위주로 쉽게 설명해주었고, 소리 내서 따라 하게하고
역할극도 시키면서 공부했죠. 아이들이 저를 정말 사랑해줬었어요.

재미없는 책으로 공부하다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공부하니 천국이 따로 없었겠죠.
말하고 가르치는 일은 저에게 물 만난 고기처럼 잘 맞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저에게 천사 선생님이 왔다는 둥
감동적인 말도 많이 해주었고, 저는 그때부터 내가 어디가서 이런 큰 사랑을 받으며 일하겠냐며 영어강사를 직업으로 삼기로 했죠.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한 번도 직업을 바꾸지 않고 행복하게 일하다가 이젠 제 이름을 걸고 수업하고 있으니,
친구 대신 들어간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겠죠? ^^
그즈음 강남역 주변에서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라는 영어학원의 무료초대권을 받게 되었고 두근거리는 마음
으로 가서 테스트받았는데 해외에서 3년 이상 살다왔다는 결과가 나왔었습니다.
갑자기 겁 없는 자신감이 생겨버린 저는 어릴 때 꿈이었던 통역사에 도전하기로 하고 통역대학원 준비 학원에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